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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참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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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인찬의 <유독>이 그리고 특히 그 중에서도 저 구절이 절창이라고 생각한다. 황인찬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을 가슴 깊이 이해한다. 실제로 나는 그의 몇몇 시들은 '힙한 단어들의 조합'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느낀다. 혹은 '무화과 숲'같은 시는 가끔씩 너무 키치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유독'이라는 시를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80-90년대 시인들만큼 치열한 단어들은 아니지만 그러나 황인찬만이 만들 수 있는 일종의 불길한 분위기가 있다. 그렇게 긴장이 고조되던 속에 '너는 참 예쁘구나'라는 문장이 울려퍼지는 장면은 필사할 때마다 날 탄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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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구를 만나고 하체 운동을 했다. 그 사이사이에는 연구실에 있었다. 돌려야하는 시뮬레이션이 있어서 돌리는 중이고 총 4개를 돌려야하는데 하나를 돌렸고 하나는 돌리는 중이다. 대충 하나 돌릴 때마다 8시간쯤 걸리는 듯 고생이 많다 놋북아.. 그래도 뭔가 정해진 걸 하는 데에서 안정감을 느꼈고 하체 운동도 무척 좋았고(비타민 빼먹지 않고 먹기), 그리고 증명도 이제 많이 가닥이 잡힌다. 오늘은 원래 붙잡던 증명말고 다른 밀린 일들-수업과제라든가 수업과제라든가 수업과제라든가-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이걸 하고 있네. 그래도 희미했던 장면들이 점점 윤곽이 잡히는 모양새라 기분이 나쁘진 않다. 중간에는 학부생 애들이 datathon 대회 중이라고 잠깐 불러서 조언을 구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열심히하는 애들, 특히 학부생들 보면 그렇게 이쁘고 또 나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 이것만으로도 학부 동아리 나가지 않고 버틴 의미가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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