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cratch
많은 일이 있었던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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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월요일은 아예 출근을 못하고 화요일은 세시간 정도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 수요일은 수업도 있고 미팅도 있는 날이라 매우매우 위기였지만 어찌 잘 넘겼다. 목요일도 미팅이 있었다. 거의 다 나아서 어제는 운동을 다녀왔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엄청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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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맞이한 수요일 미팅에선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매우 옛날에 했던 증명을 다시 검토해야하는데 미뤄두고 미뤄두다가 교수님이 틀린 부분을 발견해서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요일 미팅 전에 아이디어를 잡고 미팅 때 아이디어를 말씀드렸다. 여기서 교수님과 내 의견이 갈렸는데 나는 될 것 같다고 했고 그래서 오늘 증명을 대충 짜서 방금 메일로 보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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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이 갈린 그 대화가 무척 재밌었는데 돌이켜보니 굉장히.. 뭐랄까 문학적인 대화였다. 교수님의 메인 논문이 있는데 거기서 교수님은 permutation distribution을 mixture distribution의 permutation으로 근사시킬 수 있음을 보이셨다. 근데 사실 mixture distribution의 permutation은 원래 permutated sample에 적절한 permutation을 줘서 최대한 차이가 나지 않게 mixture에서 뽑은 또 다른 샘플과 확률적으로 같다. 그러니까 완전 underlying에 한번 근사하고 또 최대한 가까운 놈에다가 한번 근사한 다음, 사실 얘네가 비슷하다는 걸 이용해서 두 근사를 종합해서 결과를 만들어낸 것 - 이게 내가 이해한 교수님의 논변이었다. 그래서 내 생각은 그 뽑는 방식이 굳이 Independent하지 않아도, 그러니까 특정한 dependency 아래에선 괜찮지 않나.. 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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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자면, 서로 다른 종류의 두 샘플을 한번에 묶은 큰 샘플을 생각해보자. 근데 그 큰 샘플은 근사적으로, 두 개의 다른 Underlying distribution mixture에서 뽑은 샘플들과 근사한다. 한편으론, 그 큰 샘플은 샘플을 최대한 같게, 순서까지 최대한 같게 하고 ‘어쩔 수 없을 때만’ 새 샘플을 뽑은 scheme 아래서 뽑힌 샘플과 거의 같다. 근데 이 샘플과 앞의 mixture에서 뽑은 샘플이 근사적으로 같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할 때는 작은 샘플에서 일할 수도 있고 또 더 범위가 큰 작업을 해야할 때는 큰 샘플에서 일할 수 있다.. 이게 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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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 야심작(!)에 대한 미팅도 했다. 다행히 많이 지적받진 않았고 다만 variance term을 수정해야하고 그게 왠지 큰 일이 될 것 같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존 프로젝트 증명 수정하느라 들여다보질 못했다. 주말에는 다시 야심작으로 돌아가고 또 수업과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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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휴강이 끝나고 수업도 다시 시작했다. 월요일에 아파서 수업을 못갔더니 교수님이 날 찾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수요일날 컨디션 진짜 안좋은데도 수업에 갔더니 교수님이 매우 환하게 웃으셨다. 독일인 교수님인데 농담이 너무 내 스타일이고 그리고 너무 똑똑하고.. 수업 내용을 복습을 몇 주 안했더니 사실 내용은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도 많은 자극을 받는다 - 약간 문학적인 자극들. 어제는 내가 이름만 걸쳐놓은 독서모임에를 한 일년만에 갔다. 어쩌다보니 내가 박준 시집으로 발제를 하게 돼서.. 근데 거기서 수학과 박사과정 분을 만났고 매우 공감대를 많이 쌓았다. 대수조합론을 하시는 분인데 나는 그 분야를 선망했으나 재능이 미치지 못해서 하지 못했다고 말씀드렸다. 말씀드리지 않은 부분은 나는 지금 공부도 무척 좋아한다. 아예 수학과로 가지 못한 게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다. 그냥 그걸 공부하는 사람들의 재능이 경탄스러울 뿐.. 여튼 여러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고 매우 자극이 되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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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모든 것을 백지에서 시작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한다. 그러니까 머릿속으로 다 고쳤다고 생각이 들어도 다시 노트 다음 페이지를 넘겨서 백지부터 다시 증명하기. 그래서 정말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고친 다음에 다시 백지로 돌아가고, 다시 백지로 돌아가고.. 이게 좋아서가 아니라 이렇게 했을 때 기존에 안보였던 문제들이 그제서야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하고 있다. from the scr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