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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후기

  1. 이번주는 사실 미팅이 월수목요일에 있다 어쩌다보니 다 겹침.. 근데 내일은 재밌는 미팅이고 월요일은 그렇게 빡세지 않은거고(사실 이러면 안되는디;) 오늘 하는 게.. 다음주 과 학회 발표하는 거기도 하고 5월 학회에서 발표할거기도 해서 지금 매우 crucial한데.. 중요한 부분에서 전개가 안되는 걸 발견해서 한참을 이야기하다옴. 나는 뭔가 안될 거 같아서 했는데 교수님은 내 의문이 이해가 잘 안간다고 하셨고.. 물론 교수님 감이 맞겠지만 나는 납득이 잘 안되던 찰나에 다른 교수님이 매우 유용한 property가 있으니 참고해보라고 하셨다. 그거 쓰면 될 거 같은 느낌이 있다.. 여튼..

  2. 매우매우 바빴는데 화요일엔 시험문제 채점했고 오늘은 조교수업 들어갔는데 뭔가 수업 organize가 꼬여서 한번에 20명을 퀴즈 봐야하는 상황이 생겨서 정신이 없었음.. 그 와중에 하루 빼먹은 수업은 갑자기 무슨 weak topology라든지 sigma strong topology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한시간동안 물음표만 띄우다 왔고.. 아니 사실은 막판에는 매우 재미있었다. 내가 이해하기론 이런 종류의 위상이라는 건 진짜 유용성의 측면에서만 이야기하자면, approximate unit들에 대한 규칙을 주는 일종의 수학적 구조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weak topology는 absolute value, strong topology는 absoulte value들의 유한합, sigma strong topology는 또 걔네들의 무한합 이런 식으로.. 왜냐하면 결국 어떤 대수적 구조의 closure에 대해 작업하고 싶은 게 우리의 목적이기 때문에.. 그리고 소규모 수업인만큼 교수님이 학생들한테 수업내용을 많이 맞춰주시는데 이런 이야기를 통해 measurable functional calculus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힐베르트 공간이 바나흐 공간에 대해서 예쁜 함수들한테 우리가 functional calculus를 정의했듯이.. 그리고 그 정의한 방식이 되게 아름다웠고.. 그러니까 대수적 구조가 복소수체(? 맞나)와 동형이라는 걸 이용한 거였고.. 쨋든 그걸 더 확장해서 메져러블 함수들에 대해서 그렇게도 작업할 수 있게 얘기한다는 게 물론 내가 언젠가 쓸일이 있을까? 싶지만 연구에 지쳐가던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신선하고 좋다. 교수님도 하루 빠지고 오늘 수업 갔더니(사실 빠질까말까 고민 많이함 어제 잠을 세시간자서;) 매우 활짝 웃어주셨다.

  3. 오랜만에 일기를 쓰다보니 매우매우 길어지네. 그래서 방금 번호들을 붙였다. 어느순간 내가 나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을 했고 특히 운동을 못하고 연구만 하고 밤에 야식 쳐먹고 늦잠자서 다시 연구만 하다가 갑자기 턱살이 잡히는 걸 발견했을때; 이건 아니다 싶었고 또 연구가 안풀릴 때마다 너무 낙담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도 그랬다. 어느새 연구라는 것에 집착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이건 아니지했고 날도 풀린 김에 운동을 꾸준히 나가려고 노력중이다. 런닝이야 원래 매일 뛰지만 월요일엔 하체 진짜 빡세게 했고 화요일엔.. 갈라다가 시험 채점이 다섯시간 걸려서 못감. 오늘은 조교수업하고 나오는 길에 얼른 들려서 등 하고 그렇게 미팅했다. 월요일에는 필사도 오랜만에 했다. 황인찬의 유독을 필사했고 또 이성복의 음이월의 밤들이라는 시를 필사했는데 오랜만에 하니 손이 아팠다. 그래도 좋았다. 오늘도.. 해야할까 싶지만 방금 미팅에서 너무 쳐맞아서 걍 얼른 쉬고 싶기도 하네. 사실 운동하면서 현기증이 좀 왔고 잠깐 낮잠을 잤다.

  4. 쇼팽의 녹턴 55-2를 자주 듣는다. 원래는 그 바로 전 곡인 55-1를 더 좋아했다. 네이버 블로그 쓸 때 언젠가 일기에 슬픔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만 같다,라는 감상을 남겼다. 그 곡이 싫어졌다는 건 아니고 근데 요새는 55-2가 너무 좋다. 이 곡이 좋다기보다는 호로비츠 마지막 녹음에서의 연주가 너무 좋다. 들을 때마다 안타까워서 자꾸 눈물이 난다. 쇼팽 녹턴에 있어선 내가 레퍼런스로 삼는 몇 개의 연주가 있다. Dino Ciani나 Brunhoff의 연주. 혹은 Engerer의 연주(그러고보니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세상이라는 건 정말 말도 안되게 편리한 세상인 것 같다). 근데 그 연주들보다도 호로비츠의 연주는 순간순간 안타까워서 어떨 때는 브람스 118-5번을 듣는 것만 같다.

  5. 나는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이 문장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여기 올릴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근데 올리는 중이다 - 나는 너무 멀리 온 것만 같다. 집에 호로비츠 마지막 녹음 앨범이 있었고 상병쯤 군대에 들고 가 몰래 cdp로 듣곤 했다. 그 땐 55-1을 더 좋아했다. 혹은 2018년에 좋아했다. 근데 나는 지금 너무 멀리 온 것만 같다. 그리워하던 것들도 돌아가고 싶던 곳들도 다 너무 멀어져서 이제는 이유도 잊어버렸는데 그냥 습관처럼 살고 있다. 뭐가 그리웠는지도 잊어버린 주제에 그냥 텅빈 채로 뭔가를 응시하는 감각. 그 뭔가가 뭔지도 알지 못한 채로. 왜 이런 얘기를 적었지? 한국 학생들 보면 큰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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