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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모텔방에서 난 얼었지

이젠 익숙해서 니 친구랑도 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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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이야기가 많았다. 근데 밤이 좀 늦어버렸다. 지금 하는 증명이 너무 힘겹다. 어쩌다보니까 여러 mixing condition들을 직접 다루거나 보여야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sigma algebra들에 대해 직접 고려를 하고 작업을 해야한다는 거고.. 그리고 이어지는 계산들을 직접 하나씩 때려잡아야 한다는 건데 그동안은 매우 익숙한 환경들에서 작업하다가(그러니까 어쨌든 사건들을 정의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들; 그냥 주어진대로 작업하면 되는..) 내가 하나하나씩 다 만져야하고 또 literature도 없는 상황에 놓여서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어제 그제는 공부하다가 빡종해서 집에 좀 일찍 들어갔고 오늘은 11시쯤 나와서 네시쯤 빡종하고 집에 갔다가.. 뭔가 될 거 같아서 여덟시쯤 나와서 대충 마무리하고 업로드했다. 난 진짜 algebra(추상대수말고)한 작업들도 싫어하고 또 집합론스러운 작업들도 누가 한다그러면 와 멋있다 할 수는 있는데 직접 하는 건 진짜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여튼 그래서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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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우스운 건 올해 초에 AI 운세를 본적이 있는데 올 4월초부터 4월 30일까지(여긴 아직 30일임) 소운이 들어온다는 거임. 그래서 오늘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집에서 쭉 쉬지 못하고 걍 나와서 마무리까지 했다. 어쨌든.. 맞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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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어떤 생각을 하냐면, 내가 듣고 좋아하는 노래들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까 씨잼 킁을 내가 좋아한다고 할 때 적어도 그 앨범과 노래들을 좋아한다는 말에 책임을 질 수는 있는 삶. 어제 킁 LP가 나왔고 누나한테 부탁해서 한정반 광클을 시도했지만 장렬하게 실패했고 그냥 일반판 예약했다. 사실 한정반 커버 그렇게 안 예쁘고 또 결정적으로 메들리도 안실린다고 해서 한정반 메리트가 또 그렇게까지 있나 싶음(신포도주의). 뭐 그런 일 때문만은 아니지만 마침 앨범에서 코케인러브라는 곡이랑 메들리라는 미발매곡을 한창 돌리고 있는 요즘이다. 나는 이 앨범이 무척 외로운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느끼는 어떤 감정들이나 경지를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나 무언가를 찾지 못한 심경이 보이기 때문이다. 킁의 화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법적으로도 또 종교적으로도 원래 속한 공동체에서 멀어진 상황. 본인은 끝내주게 잘하고 또 간지나는 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러나 망가졌다는 걸 자각하고 있고 그런데 또 망가진 세상이 자신을 고치려고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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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점에서 내가 세상으로부터 많이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새는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정말로 알 수가 없어져서 누굴 만나기가 무서움. 침착맨이 그러길 이런 게 번아웃 증상이라는데 사실 이런지는 한 3-4년 혹은 그보다 오래됨.. 여튼 그래서 차라리 영어로 말하는 게 편하다고 느끼는 요즘인데 한번 영어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서 말하는 게 물론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의 일차적인 혹은 즉자적인 감정이 한번 여과되어서 전달되고 그 결과로 나온 말들은 어쨌든 내가 의도한대로 혹은 최소한은 예측 가능하게 나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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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킁을 나는 정말로 좋아한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되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화자’라는 장치 혹은 설정이 소위 국힙 3대 명반이라는 ‘누에킁’ 모두에게 공통된 거라고 쳐도 나는 ‘킁’의 정서는 나머지 두 개의 앨범과는 또 약간 다른 결이 있다고 믿는다. VJ는 한국어 라임 선구자로서의 자신과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 우매한 씬에 대한 실망이 두드러지고 센스는 진짜 좆같은 세상이고 외로워죽겠지만 한번 해보자.. 이런 정서가 느껴질 때도 있는데(그래서 백인타임 진짜 좋아함) 킁은 그런 점에서 세 개의 앨범 중 가장 감정적이고 내면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그 화려함 혹은 나쁘게 말하면 천박함에 놀랄 수도 있으나 그러나 그런 장치들이 주께 용서를 비는 가사들과 연결되고 또 스스로 망가졌다는 자각으로 이어지고 그냥 감정이 거기서 그칠 때. 그니까 나는 존나 멋있고 누구보다 잘하고 또 즐기면서 살고 있지만 그러나, 사실은 잃어버린 게 있고 또 아마 주께 용서받을 수 있는 삶은 아닐 것이며 심지어 가끔은 나조차 날 못믿는다고 지나가듯 이야기할 때.. 나는 씨잼이 그런 가사들을 던지는 순간들이 너무 멋지고 좋고 그리고 내가 겪는 종류의 외로움을 많은 점에서 공감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앨범과 가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런 감정들에 책임을 질 수 있을만큼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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