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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이 뭔가 많았는데 기억이 안나네. 아니면 사실 할 말이 없었나. 지금은 밤 열시고 온라인으로 시험보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거 줌으로 감독 틀어놓고 할 거 하다가 놀 거 놀다가 적는 중이다.

지난주는 쉽지 않았다. 주로 증명때문에 쉽지 않았는데 하루는 되던 게 다음날은 아예 안되고 그게 몇 주를 이어지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 스트레스를 야식으로 풀다보니 어느새 연구실을 굴러서 오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일요일에 이번에 졸업하는 학부생애들하고 술자리가 있었는데 기분 나쁜 김에 술을 잔뜩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하루를 통째로 쉬었다. 화요일에 앉아서 다시 증명을 시작했고 그 날 뭔가 아이디어와 결과가 나와서 오늘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여남은 증명도 갈무리 중.

화요일엔 정외과 교수님이랑 미팅이 있었다. 원래 하던 증명 지난주 금요일까지 마무리하고, 정외과 교수님 일은 주말에 몰아서 해야지- 안일한 생각을 했다가 그만 아무것도 해가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다음주 학회를 가는 거 결과를 내려고 그 쪽에 집중하고 있어서 당장은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대신 오월말에 다 갈무리해서 이것도 라이팅 들어갈 수 있는 단계로 갈 수 있게끔 하겠다고 말씀드림. 다만 나에게 너무 잘해주시는데 -소문으로는 원래 성격이 이런 분이 아닌데- 이것저것 조언 글들도 보내주고 그리고 학회 참가나 저널 셀렉션같은 것들도 많이 도움이 돼서, 사실 지금 상대하는 두 세명의 지도교수님들 중에서 가장 심리적으로 의존이 되는 분이 이 분인 것 같다. 나머지 분들이 안챙겨준다는 건 아님..

오늘은 그래서 초기하분포 관련 증명 검토하고 보충했고 그리고 여남은 증명 중 하나인 린드버그 조건 보이는 걸 대충 스케치했다. 아 금방 되겠네~ 싶어서 시작한건데 생각보다 좀 디테일이 있고 그리고 기존에 내가 잘못 계산한 부분이 하나 있어서 내일 제대로 하려고 마음먹음. 그리고.. 네시쯤엔 하체하고 왔고 유튜브 틀어놓고 시험감독 하다가 방금전부터는 포스터 보충하기 시작함. 담주 화요일에 가는 거니까 얼마 안남았다.

정외과 지도교수가 네트워킹이든 뭐든 무척 좋은 기회가 될거라면서 준비 열심히 잘하라고 격려해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뭔가 더 설렘반 긴장반이다. 내 연구를 나누고 남들 연구, 특히 동료 학생들 연구를 보고 듣고 배우는 건 너무 설레는 일이지만 그러나 오늘 문득 포스터 만들다가 자기확신이 좀 떨어져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자존감 이런 말이라기보다 뭔가 몇 주전의 나는 내가 다루는 방법론이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고 또 앞으로 여기서 큰 것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확신이 잘 들질 않는다. 감정의 문제는 아님. 난 당연히 이 방법을 좋아하지만 그러나 굳이 이걸 써야할 이유가 왜 있을까? 라고 누가 당장 묻는다면 우물쭈물 두 마디 정도밖에 할 수가 없을듯. 그래서 학회 가기 전에 다시 한번 그런 이유들을 정리해놓고 가고 싶다. 단순히 질문이 나올 거 같아 무서워서가 아니라 뭔가 내 박사 주제를 다시 다잡는 기회가 될 수 있었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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