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천히 걸어가

지예처럼

  • 세인트루이스

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와슈에서 공부하는 대학동기 부부 만나러.. 내가 13학번인데 13년도 3월부터 만나서 결혼까지 한 전설적인 부부다 ㄷㄷ 남자애는 작년부터 정외과 박사과정 시작했고 여자애는 직장일 정리하고 미국 나와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서 무척 반가웠고 여기저기 데려다주고 또 다 사줘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다. 106년된 샌드위치(이름은 못들음)부터 와이너리, 그리고 집에서는 이것저것 음식도 해주고 식사도 같이 하고 야경도 구경하고.. 덕분에 세인트루이스 무척 즐기다 옴. 하도 세인트루이스 치안이 안좋다고 이야기했어서 아무 기대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멋진 도시였다..는 이야기를 하니 오빠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줬다는 대답이 돌아옴. 한가지, greyhound라는 회사 버스를 타고 왕복을 했는데 대체로 엉망이었다 정확히는 승객들이 좀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음.. 그래서 다음에 가면 며칠 묵을 생각하고 암트랙 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튼 친구 부부 덕분에 마음이 무척 포근해졌다.

  • 몇가지 잡상들

근데 새벽 4시에 샴페인 도착해서 터미널에서 걸어오는데 마음이 이상하게 허했다. 오랜만에 따뜻함을 만나고 다시 혼자가 돼서 그런지.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아마 17년 정도부터 성격이나 말투가 이상해졌고 그걸 자각하게 된 건 몇년전부터인데, 그것때문에든 어떤 다른 이유에서든 어느 모임에를 가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가 어렵고 그렇게 지내게 된다 해도 몇년 지나면 서로 사이가 틀어지기가 일수다. 뭐 그런 일들 때문에 지속적으로 힘들지는 않지만 가끔 무척 외로워질 때가 있다. 사회성 없는 사람도 외로울 수 있으니깐.. 몇 개의 학부 동아리를 했는데 물론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나 어쨌든 결말들이 좋지 않았고 좀 섭섭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도 거기서 남은, 내가 -주로 내 드립을 잘 받아준다는 이유로- 아끼는 동생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싸그리 졸업함.. 걸어오면서 아 이제 걔네도 이 동네에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고 그게 날 무척 외롭게 만들었다.

  • 양홍원, 슬로모

가 한국 시간 24일에 발매됨. 간만에 발매일을 기다린 앨범이었는데 선공개곡들이 내가 듣기엔 무척 구려서 솔직히 엄청 기대는 안됐었음. 그러나 그 덕분인지 나는 꽤 괜찮게 들었다. -리드머라든지 하는- 평점은 솔직히 좋게 나올 것 같진 않은데 그러나 최소한 대충 만든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앨범 내내 반복되는 라틴 식의 리듬이 꽤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양홍원이 최근 국힙판에서 가장 폼이 좋은 래퍼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폼이 좋은데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이런 비트 위에서 이런 랩을 할 수 있는 건 최근 양홍원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 오늘 일기는 마지막 트랙 ‘goslow’에서 가져온 가사인데 이 트랙이 자꾸 맴돌아서 몇 번을 들었다.

  • 방학

이 이제 진짜 시작된 기분이다. 학회도 다녀왔고 세인트루이스도 다녀왔고.. 이제 진짜 연구에 집중해야지. 하루종일 비가 와서 런닝 뛸 타이밍을 못 잡다가 오후 늦게야 겨우 런닝 뛰고 연구실 나왔다. 코드를 좀 고쳐서 시뮬레이션 다시 돌려두고 있고 -며칠째 컴퓨터가 쉬질 못하고 있다 미안해..- 그리고 증명하던 것들 감 좀 잡고 될 수 있으면 검토 좀 하다 가야지. 6월 중순, 정확히는 11일부터 계절학기 조교일이 시작된다.

수업듣는 애들이 10명 정도밖에 안돼서 빡세진 않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어쨌든, 한 2주 정도 내 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때, 뭔가 결과를 내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슬픈 것도 힘든 일들도 다 조용히 흘러가기를 바라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