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세상이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 왜 우리 엄마는 날 포기하지 않았던 걸까? 나조차도 날 포기했고 지금도 나는 억지로 살고 있는데. 어쩌면 그런 부분이 사랑이라는 것의 무서움일지도 모른다 - 눈을 멀게 하는 것. 엄마도 타인으로 마주쳤다면 상황이 너무 달랐으리라 생각한다 너무 어두운 얘긴가.
- 오늘
은 무척 좋았다. 기분 좋지 않은 날들도 기록해뒀듯이 이런 날도 기록해둬야지. 요새의 즐거운 일이라면 런닝이다. 런닝은 매일 뛰어왔지만 요새는 더위 속에서 런닝하는 일이 무척 즐겁다. 원래는 더위 속에서 뛰는 걸 무척 싫어했지만 여기는 온도는 32도 이렇게 찍혀도 특히 그늘을 뛸 때면 대도시보다는 훨씬 시원한 느낌이고, 무엇보다 더위 속에서 몸을 혹사하는 부분에서 오는 쾌감(?)이 있다. 그리고 방금은 정말 오랜만에 웨이트를 다녀왔다. 하체가 기분좋게 되어서 기뻤다.
그리고 또, 나는 생각보다 여름의 캠퍼스타운을 좋아한다는 것을 최근 깨닫고 있다. 사실 방학하기 전에는 조용한 학교 속에서 연구만 하게 되니까 내가 너무 다운되지는 않을까 좀 걱정도 됐었다. 근데 생각보다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들과 대학원생들로 캠퍼스가 활기차고, 특히 운동을 가면 거의 학기때만큼 사람들이 있다. 또 여름의 학교가 너무 아름다워서 - 낮에는 여름빛 햇살로, 밤에는 반딧불이들로 학교가 온통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내가 여름을 좋아했던가? (ㄹㅇ 개싫어함) 생각하게 만들 정도임. 그리고 연구하는 감각은 - 이제 5년차(!)를 향해 가는 입장이다보니 가끔씩 스스로 옥죄이는 감각때문에 괴롭긴 하지만, 그러나 방학만이 주는 여유가 있고 그래서 일단은 즐겁게 연구하려 한다. 여유를 가지고 연구를 하려 한다..
어제는 올해 서재페에서 도대윤이 깜짝 등장해서 김예림과 함께 투개월 곡을 몇 개 불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른 공연 실황들을 찾아봤고 무척이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현역 시절 수능이 망하고 몇 달 동안 낙담해있던 적이 있다. 2월에 재수학원을 갔다고 치면 12월쯤까지는 친구랑 피시방을 다녔고 1월쯤부터는 잠수를 탔던 것 같다. 친구랑은 같이 와우라는 게임을 했는데 멜론 탑 100 노래들을 틀어놓곤 했다. 근데 이 노래를 그 때 정말 많이 들은 것 같다. 이 두 명도 93년생인 걸로 알고 있으니 이들도 스무살이었고 나도 스무살이었네. 그리고 12년쯤 지나서 다시 들으니 기분이 정말 묘했다. 12년 전쯤의 내가 생각하던 일들을 지금 나는 하고 있나, 그 때 내가 바랬던 사람이 됐나, 그 때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아픔들로 인해서 나라는 사람이 아예 망가져버린 건 아닌가..
- 수프얀
이라는 인물을 설명할 때 나는 애정결핍과 그 결핍을 메꾸기 위한 망상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나를 버린 엄마가 사실은 나를 호수 속 괴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멀리 떠난 거라고, 호수 속 괴물도 물러나면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는 그런 망상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있어서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망상들을 포기해야하는 순간들이 자꾸만 찾아오고 인생에서 즐거운 일들이라는 게 남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엄마는 결국 죽었고 수프얀은 망상들 틈으로 현실이 비집고 오는 그런 순간을 혼자서 견뎌야만 한다..
“i love you more than the world can contain in its lonely and ramshackle 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