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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른 점만 닮았고

철이 들어 먼저 떨어져 버린

너와 이젠 나도 닮았네

  • 미팅

이 오전 일찍 있었다. 덕분에 새벽 런닝을 뛰었는데 컨디션이 살짝 안좋았지만 시원한 중에서 뛰는 게 역시 좋다..는 걸 느꼈다.

두 개의 논문을 쓰고 있고 그 중 내가 공들여 하는 건 다음주에야 미팅을 한다. 가끔씩 느끼는 건데 교수와 학생 관계가 약간 연애같다는 생각도 한다. 교수님이 열의가 있을 때는 내가 열의가 부족하거나 혹은 능력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가, 이제는 내가 달리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교수님이 맞장구를 쳐주시지 않는다. 이럴 때 좀 섭섭하다기보다 외로워지는데.. 이게 뭔가 확실한 지도교수가 없는 것의 단점인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확실한 지도교수가 있었다면 그래도 뭔가 이럴 때 채찍질해주지 않았을까.. 했던 것.

그래도 관성적으로 그 문제를 거의 매일 붙잡았고 돌파구가 될만한 부등식들을 발견했는데.. 확장시키려면 제대로 이해해야하는데 아직 한줄한줄 읽는 단계임.

여튼 오늘 한 미팅은 다른 쪽 미팅이었고 앞의 것 붙잡다가 이틀 전에서야 부랴부랴 준비했다. 코드도 대충 다 있고 근데 마지막 방법론 부분들에서 교정할 것들이 있었던 미팅. 정외과 교수 그리고 이전 지도 교수, 다른 박사 선배 이렇게 네 명이서 진행하는 미팅인데, 약간 애증이 있다. 어떤 점에서 그렇냐면 이전 지도교수가 학교를 옮기는 바람에 내가 좀 붕떴다고 -사실과는 별개로- 느꼈던 시절이 있는데, 이 지도교수는 우리 업계에서 라이징 스타 중의 하나고 실제로 옮긴 학교도 탑스쿨임. 여튼 같은 학교에 있을 적에는 내가 지금보다도 멍청해서 제대로 소통이 될 수가 없었고 그런 느낌의 몇몇 순간들이 내게 약간 트라우마?라든지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즉 교수님 말을 아예 아무것도 캐치 못해서 일주일 내내 미팅준비를 해도 아무 진척도 없거니와 도대체 어디서 뭘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때..

근데 오늘은 이것저것 체크도 했고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서 몇 가지 더 물어봤는데 - 지금 쓰는 통계량의 asymptotics에 대한 literature가 있는지, 아니면 어떤 직관이 있으신지 -, 그 과정에서 뭔가 말이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하고 또 좋았다. 그리고 방학부터야 이 문제를 다시 제대로 보고 있는데 요새 보고 있자면 꽤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 얼른 치워버리고 다른 분야쪽으로 아예 틀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러나 이쪽 문제도 꽤 재밌네, 이런 생각.. 정외과쪽 지도교수는 항상 너무 잘해주시고..

그래서 기분좋았던 하루였다. 요새 왜이렇게 일기를 자주쓰냐?면, 방학을 했고 조교일을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두번 한시간씩 오피스아워를 연다. 근데 5명이 듣는 수업이라 교수도 아니고 조교 오피스아워에는 아무도 안옴. 그래도 연구실에서 나와서 과 건물 오피스 아워 자리를 지키고는 있어야하는데, 언제는 코딩도 하고 연구도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기가 싫어서 일기를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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