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 요새 듣는 것들
2주만에 교회 다녀왔다. 교회 갔다가 몇 명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옴. 교회 자체의 분위기는 좋은데 내 고질병인 사람들이랑 가까워지지 못하는 건 여전히 반복중.. 그래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 왔다. 다녀와서 꽤 피곤해서 한시간쯤 잠깐 눈 붙였다가 코딩 시작했다. 지금 하나 돌리는 중인데 제발.. 잘 좀 나와라.
다음주는 조교 마지막 주인데 그래서 원래하던 채점 + 기말 채점 다 달려야한다. 그래서 꽤 바쁠 예정.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교수들과의 미팅이 안잡히는 중이라 그 외에는 여유가 있다. 이럴 때 평소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얼른 봐야할텐데..
DML관련해서는 Bickel 교과서를 틈날 때 읽고 있는데 아직 몇 페이지 읽지 않았지만 굉장히 우아하게 잘 쓴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굉장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사태를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그 외에는 요새 핫하다는 멀티모달 리뷰 논문을 읽어보고 또 발제해볼까 한다. 내가 주워듣기로는 LLM과 비전 모델을 한번에 다룰 수 있는 그런 느낌 같던데..
별개로 한 반년간 하던 머신러닝 스터디 몇 주째 다들 잠수타길래 야 드디어 터지네.. 난 이제 누구랑 공부하냐 싶었는데 스터디장님에 무려 ICML에 가셔서도 우리 생각을 해서 모임 리마인드를 해주었다. 그게 참 고마워서 다음 발제는 내가 빡세게 달려볼 예정.. 지금까지는 이론쪽만 했다면 다음에는 멀티모달 모델 해가서 제대로 피드백 좀 받아봐야겠다.
이하는 요새 즐겨듣는 앨범들.
- dosii, ‘lovememore.’
10년대 후반 인스타 + 사클 감성이 무척 짙은 앨범이라 거부감을 느낄 힙스터들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계속 듣게 되는 음반이다. 몇년 전 처음 들었을 때는 이렇게 오래 들을 앨범이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음.. 가사들도 쿵하고 꽤나 무거운 감상들을 남기는 부분들이 있고.. 듣다보면 잊었던 기억들도 가끔 생각나서 좀 슬퍼지는 게 단점이지만 여튼 굉장히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 slint, ‘spiderland’
힙스터들에겐 굉장히 유명한 앨범.. 앨범을 내고 밴드가 해체했다가 나중에야 하잎을 받게 된 전설의 앨범이라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머 음악이 이러냐 하고 넘겨버렸는데 우연히 ‘washer’라는 곡을 듣게 됐고 그게 너무 좋아서 며칠째 앨범 전체를 즐겨듣는 중.
같은 범주로 묶이는 GYBE라든지 하는 몇몇 밴드들의 음반도 기세를 타고 들어보았으나 이 앨범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봤는데..
(1) 일단 앨범 구성 자체가 washer라는 곡을 좋게 들었다면 앨범 전체가 인상깊게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임. 내가 듣기엔 washer라는 곡 앞뒤로 나열된 곡들은 나레이션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든지, 단순한 리듬의 반복이 주가 된다든지, 가사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적어놓았다든지 하는 식으로 무의미와 의미의 사이에서 간당간당하게 줄타기를 하는데, 그 가운데서 washer라는 곡에서 확 의미라는 게 생겨버리는 앨범의 구성이 의미가 의미가 되고 무의미가 다시 무의미가 되는 그 지점을 포착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문장 왜이럼?
(2) 곡 하나하나도 무의미와 의미 사이를 오고가는 지점들을 굉장히 재밌게 듣게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마지막 트랙에서는 나레이션과 리듬만이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짧은 그로울링으로 곡이 끝나는데, 무의미가 주는 지루함, 그러나 그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절규와 감정들, 그리고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의 긴장감 그런 것들이 이 곡을 즐기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각 트랙들이 무척 인상깊었다.
- ghvstclub, ‘love exposure’, ‘misfits’
아마 작년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이자 앨범들일텐데 정말 신기하게 안 질리고 잠깐 쉬었다 들을 때마다 가사들과 랩이 무척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쉬운 건 같은 아티스트의 3집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는 것. 아티스트가 담아놓았던 감정들 표현들이 첫 두 앨범에 모두 소진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3집은 느낌이 없었는데 그래도 이 두 앨범이 워낙에 좋아서 다음 앨범도 기대를 하게 된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가사들: ‘fuck love, i can’t live like this, just be my friend, 내 곁에 오지마, 내 몸에선 고슴도치 냄새같은 게 나’ ‘어릴 때 모텔방에서 난 얼었지, 이젠 익숙해서 니 친구랑도 같이 갔었는데’ ‘내 꼴 보고 맨날 돌았대, 멋 낸 너랑 나는 나랑 누가 미쳤을까, 바꿔 살면 나도 지쳤을까, 너처럼 못해서 다 잊혔을까’ ‘난 이제 어리지도 않은데 왜 멈칫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