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son im lost
- 이사
를 했다. 이사라고까지 해야할까 애매한 건 윗층에서 아랫층으로 내려오기만 했다는 점이고.. 작년에 재계약을 깜빡했다가 부랴부랴 층수를 옮겨서 같은 집에 남을 수가 있었다. 여튼 돌이켜보면 엄청 많은 일을 한 건 아니었지만 짐정리를 하고 버릴 거 버리고 그러는 과정들이 꽤 마음 쓰이기도 했고 또 여러 가지 잡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음. 이사 날짜가 마침 8월 11일이었는데 돌이켜보니 그 날이 딱 미국 온 날이기도 했고, 또 나라는 사람이 공간에 정을 굉장히 많이 주는 편인지라 매우 센티멘탈해지기도 하고 그랬다..
4년전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생각을 좀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런데 그랬던 시절의 내가 그립기도 하고 그랬다. 그 때의 나는 사실상 학부생이나 다름없었는데 지식 수준이 학부생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 땐 뭐랄까 아직 완결되지 않은 미래에 내가 견뎌야할 감정들을 미룬다던가 그랬던 거 같고 그런 점들이 여전히 학부생스럽다고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막연히 잘되겠지.. 이런 생각들이랄까.
여튼 여러가지 생각들로 좀 우울했던 지난주였음.. 특히 굉장히 많이 다운됐었던 주말이었다.
- slowdive
이사하는 날 키를 받으러 가는 길이 특히 많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버스를 타면서 슬로다이브의 수블라키 앨범을 들었다. 근데 이 앨범 때문인지 아니면 매우 오랜만에 집-연구실-헬스장 루틴을 벗어나 차로 10분 떨어진 시내로 간 덕분인지 기분이 꽤 괜찮아졌는데.. 특히, 이 앨범의 음향이 주는 어떤 ‘흐릿함’과 관련된 정서들. 그리고 예쁜 가사들. 그런 것들이 어딘가 모르게 기운이 나게 했고 지금도 이 앨범에 꽤 의존하고 있는 편이다.. 근데 운동할 때는 안들었다 요새 운동할 때 들을 게 없어서 고민이다..
- 오늘
은 연구하고 미팅잡고 운동도 다녀왔다가 다시 연구실에 왔다. 운동하면서 오죽 들을 게 없었는지 테렌스 타오의 올해 강연을 들었는데 근데 내용이 꽤 흥미로워서 언젠가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는 수학과 과학에서의 AI 활용..이라는 진부하다면 진부한 제목인데 그러나 테렌스 타오라는 대천재 수학자가 어떤 인사이트를 갖고 있을지 매우 궁금했다. 그가 천재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천재 수학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직관들이 보일까.. 그런 것들이 궁금했음.
- 어제
는 좀 화나는 일이 있었음. 꽤 자주 보다가 나의 잘못으로 좀 멀어진 친구가 있었는데 타운을 떠난다고 밥을 같이 먹자 그래서 밥을 얻어먹었는데.. 근데 밥 먹으면서 자꾸 이상하게 (약간 수컷이 다른 수컷에게 그러듯) 시비터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집에 와서 곱씹어보니 대놓고 시비턴 멘트들도 많았음. 내가 좀 더 제정신이었으면 맞지랄을 했겠지만.. 그러나 요새 기운이 없기도 하고 어차피 가는 사람인데 뭐.. 마음을 정리해보려고 하지만 빡치는 건 어쩔 수 없음. 신기한 건 가끔 이런 식으로, 섭섭한 게 쌓여 있는 상태로 나를 불러서 지랄을 하는 인간 유형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힘듬. 굳이 불러놓고 시비를 걸거면 그 에너지가 아깝지 않나..? 혹은 이런 사람들에겐 그런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별로 그렇게 에너지를 쏟는 일이 아닌건가..? 뭐 그런 생각들. 여튼 넌 다음에 마주치면 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