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 왜 일기 잘 안썼음?

저번에 쓴 게 너무 depressed되어 있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럽다거나 뭐 그런 나이는 지났지만 뭔가 그런 글들을 쓴 다음에는 다음 글을 적기가 어려워지는 법이다.. 그리고 오늘 중요한 미팅이 하나 있어서 그 전에는 일기를 괜히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소소하게는 연구실 자리를 바꿔서 옆자리에 토미가 앉는데 뭔가 쓰기 눈치보이는 점도 있었고.. 요새는 퇴근하기 전에 포케로그 한판씩 돌리고 가는 게 루틴인데 근데 한판 돌리고 나면 뭔가 일기쓰기엔 진이 빠짐 ㅎㅎ;

  • 다만세

며칠전부터 소녀시대 다시만난세계에 오랜만에 빠졌는데 뮤비고 노래고 정말 너무 좋다는 느낌이 든다. 다가올 슬픔이나 그게 반복되는 장면들 따위는 모르는 표정을 한 소녀들이 ‘반복되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며 또 그러나 그걸 극복할 종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괜히 뭉클하기도 했고.. 정신병 오기 전 이 시절의 나와 주변이 그립기도 했고.. 그리고 이 시절 태연이 진짜 내 이상형인 거 같다.. 너무 예쁨 ㄷㄷ 그래서 자기 전에는 태연의 친한친구 듣고 그랬다 팬이 많아선지 유튜브에 정리가 잘 되어있음.

(여기부턴 잡소리에 가까움) 한편으론 노래와 이미지가 좋은만큼 이게 특히 젠더 이슈의 맥락에서 일종의 민중가요로 쓰이는 지점이 맘에 안들고 나아가서 안타까운 감정까지 드는데.. 정치적이지 않은 일종의 순수함이라는 걸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러나 특히 여성운동계에서 이 노래를 비롯한 이미지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예 다른 젠더의 관점을 거꾸로 억압하거나 지우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게 판타지인 점이 명확하더라도 - 그러나 인간사에 그러하지 않은 개념들이 어디 있겠나) 이 노래에 내가 투영하고 싶어하는 이미지를 지우는, 그런 최근의 쓰임새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맘에 안들기도 하고 그랬다..

어쩌면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미지가 철이 지났거나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 그러나 나는 그런 감정들을 결국에는 동경하거나 추구하는 감각이 인간에게 일종의 보편 감각이 아닌가 싶으며.. 그런 의미에서 특히, 특정한 대륙 철학의 전통을 공부하는 것을 떠나 그것을 일종의 훈고학으로 받아들이고 몰아붙이는 전통에서 이 노래를 비롯한 이미지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내가 느끼기엔 무척 폭력적이라서.. 그런 점이 안타까웠다. 무엇을 하든 어느 진영에 있든 다들 성실하게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뭔가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

  • 미팅

감히 역대급 미팅이라고 하고 싶다.. 교수님 안식년 끝나고 귀국 이슈로 한달만의 미팅이었는데 내 나름의 야망은 여기서 이론 파트를 wrap up 하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몇 번이고 정리도 했고 증명도 했다. 근데 어제 확인해보니 100퍼센트까지 되는 게 원래 결과였으면 근데 나머지 1/3은 진짜 억지로 강한 조건을 impose해야 되는 걸 발견해서..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한번 끊고, 여기까지 내보자고 말씀드리는 게 목표였음. 다행히 교수님도 같은 생각이어서 이제 remark들 추가하고 example들 체크하고 시뮬레이션 돌리는 단계로 넘어갈 듯함.

내가 한 증명들이라 그런지 어느새 애착이라는 게 생겨버렸고, 그래서 교수님이 탑저널에는 한번 내보겠지만 그러나 본인은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다고 하셨을 땐 나도 모르게 좀 아쉬웠다. 근데 그것보다도 얼른 페이퍼를 제대로 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게 훨씬 중요하니깐 마음을 다잡아야.. 사실 다잡을 정도로 낙담하지는 않았음. 대신 내 드림저널 두 개 중 하나인 biometrika에 한번 내보자고 살짝 말씀드렸다(나머지 하나는 JRSS B).

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 내가 직접해서 애착이 생긴 것도 있지만 그러나 나는 이 결과가 (범위가 좁은 것을 감안해도) 무척 intuitive하고 또 사람들이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그정도는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하는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던 거 같다. 근데 사실 이런 것도 내가 배우는 과정이다 내가 낸 결과들이 연구자의 집단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따름 문제들도 한두개 정도 오늘 함께 정식화를 해봤다. 내가 원래 염두에 두던 것 하나를 말씀드렸고 교수님은 U 통계량으로 (약간은 trivial하게) 확장되는 부분 하나를 말씀하셨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결과는 일단 빨리 정리해서 내고 그 다음 프로젝트들로 넘어가자는데 둘 다 합의를 본 것 같다. 이건 앞으로도 교수님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걸 imply하는데 감개가 무량하군..

그리고 간만에 한 in-person 미팅이라 무척 좋았다. 내가 만든 슬라이드들 넘겨가면서 필요할 땐 내 노트에 적어가면서 했는데 느낌이 무척 좋아서 역시 미팅은 대면이다.. 이런 생각을 했음. 이번 학기는 (내가 한국 돌아가기 전까지는 - 11월쯤?) 아마 계속 대면 미팅일듯 한데 무척 잘된 부분..

  • 운동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토미의 조언을 듣고 데드하는 자세를 바꿨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고중량 저반복으로 바꿨는데 훨씬 재미도 있을 뿐더러 몸도 갑자기 커지는 느낌이 든다(almost surely 착각임). 그래서 즐겁게 하고 있고 특히 데드와 스쿼트 RM을 들어올릴 때의 쾌감이 무척 즐거운 요즘이다. 항상 부상 조심하자 다음주에 토미한테 자세 봐달라고 이야기하기..

  • 그 외

함께 dml 공부하자!고 의기투합한 학부생이 하나 있는데 어쩌다보니 dml을 넘어서 함께 논문을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얘가 박사 지원하고 어차피 내년 상반기는 풀로 달릴 수 있으니까 인공지능 학회(뉴립스?)에 한번 내보자는 말을 했고 나도 공부하는 겸 좋다고 이야기했음. 그래서 인공지능 학회를 염두에 두고 causal inference의 범위에서 matching 혹은 interference에 관한 페이퍼들을 훑어보고 있다.. 그래서 아마 얘하고 같이 해볼거는 (1) 위에서 말한 J교수님과의 따름문제 (2) 정외과 지도교수가 넓은 범위에서 지도해주는 아래 matching에 대한 페이퍼. (1)은 근데 인공지능 학회에는 범위가 안맞고 (2)는 matching이나 인과추론에 대해 내가 공부를 좀 제대로 해야하기 때문에 내년 안에 학회 내기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 소소한 근황이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