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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ing tables

이라는 제목의 아델의 곡을 한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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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교수와의 미팅이 내일 있었는데 리터럴리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서 한주 미뤘다. C교수와의 미팅은 오늘 있었는데 주말에 몸이 또 안좋아서 토-일 거의 일을 못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까지 한 걸 겨우겨우 모아가서 약간 설득이라고 해야되나, 내가 가진 오버뷰를 말씀드리고 검토를 부탁드렸다. 증명하는 과정이 매우 지저분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 뭔가 아직까지 100프로 확신은 안들지만, 그러나 큰 경로에 있어서는 교수님을 납득 혹은 설득시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운동 갔다왔는데 컨디션이 안좋은 여파로 데드리프트 좀만 치다 왔다. X교수가 갑자기 지난주부터 미친듯이 작업을 하더니 이론 부분 드래프트를 갑자기 다 써왔고 그래서 목요일 오전에 코드리뷰를 같이 하기로 했다. 5년차 되어서야 느끼는건데 지도교수가 -특히 이 정도 되는 빅가이가 - 코드리뷰까지 봐준다는 건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참.. 고마운 일이기도 해서 얼른 드래프트에서 업데이트된 부분들 읽고, 코드 절반정도 정리해서 돌아가는 거 체크함. 나머지 절반은 내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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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sal Inference에 대한 미련이라고 해야되나 혹은 뭔가 더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맘이 있었는데 오늘 X교수가 쓴 드래프트를 보니, 내가 (우리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우려했고 또 (일반적으로는) 궁금했던 부분들을 너무 elegant하게 정리해놓아서.. 무척 신선했다. 요 몇주는 특히 이 사람이 역시 대단한 천재구나- 느끼는데, 이 사람을 처음 본 3년전보다, 뭔가를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지금 내 평가가 더 올라갔다는 것에서 얼마나 대단한 양반인지 알 수 있다..

Causal Inference를 계속 하게 된다면 이 사람 밑으로 포닥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나 솔직히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전통 통계학 그 중에서도 randomization inference의 새로운 면들을 발견하는 작업이 솔직히 더 재미있다. 근데 이 쪽으로는 아마 자리가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느끼기엔 인과추론이라는 분야와 전통 통계학이 생각보다 꽤 다른 적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어떤 점에서 그렇냐면 인과추론이라는 분야는 어쨌든 experimental design이라는 통계 분과에 속하고, 근데 내가 좋아하는 전통 asymptotic을 이용한 통계학같은 것은 -물론 넓은 범위에서는 인과추론에 사용되긴 하겠지만- 일단 ‘실험설계’라는 분야에 익숙하고 또 그 분야를 재밌게 느낄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나는 근데, 물론 기초적인 재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솔직히 이런 셋팅이 막 그렇게 재미있진 않다.. 뭐 여튼 그러한 고민들이 있다.

나머지 J교수와의 미팅은 내가 리드하고 있고 -완전히 새로운 이론적인 point를 잡아야되는데 이걸 내가 해야됨- C교수님과의 미팅도 이제는 서로 대화가 된다는 느낌이 들고 또 교수님이 전력을 다하지 않으실 때는 내가 리드를 주로 하게 된다. (물론 쌓인 내공에서 비교하면 내가 발리겠지) 여전히 X 교수님의 내공은 아예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지만.. 그러나 아카데미아로 가고싶다!는 맘을 넘어서 여기서 이대로 하면 살아남을 수 있겠다, 든지 충분히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은 점점 생기는 요즘이다. 그런 자신감이 실체가 있고 또 근거가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내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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