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가득히 이 자릴 채우면
그대는 돌아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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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돼지가 된 이후로 식단 조절을 강행하는 요즘인데, 일단 몸 shape가 돌아오는 건 한참 멀었지만 당장 감정의 기복이 무척 적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장점은 당연히 정서가 안정된다는 거고 단점은 대신 연구할 때 짜낸달까, 몇몇 포인트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런 힘이 조금 떨어진 걸 느낌. 당장 어제 정외과 교수와의 미팅에서도 풀집중해서 머리를 짜내는 게 좀 힘들었고 오늘 경제학과 교수님들과의 미팅에서도, 물론 뭐 실수를 한 건 아닌데 솔직히 그동안 해온 걸로 버텼지 당장 오늘 내 지능으로 버틴 건 아닌 느낌이다.
말 나온 김에 오늘 미팅에서는 5개 중에 2개가 안될 거 같은데 포기하고 갑시다!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두분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셔서 좀 더 확인해보고자 함 물론 나도 당장 포기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리고 힘에 부친 건 아니지만 여튼 또 다시 교수들이 ‘진짜 실력을 드러낼 때’의 모습이랄까 그런 것을 목격할 수 있었음.. 여튼 결론적으로는 (1) bivariate process에 있어서 index set characterization을 새로 하고 (2) 그 다음에 martingale type FCLT를 적용해야하는 아이디언데.. 일단 내가 마팅게일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근데 내가 마팅게일에 욕심이 있어서 일단 당장은 미팅을 안잡았다. 그리고 솔직히 마팅게일보다도 앞 (1)번이 진짜 tricky한거라.. 운동 다녀와서 잠깐 해봤는데 아무래도 hypergeometric 개지랄(이 블로그에서는 이 단어를 고유명사화하자)를 해야할 거 같다.. 근데 뭐라도 해서 된다면 참으로 좋겠다.
이 논문을 올해 JSM 학생 논문 경진 대회에 내보는 게 목표였는데 그러려면 12월까지는 드래프트가 나와야한다. 근데 나올 수 있을까..? 솔직히 이런 욕심이 들고 또 욕심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좌절도 한 건 한 6-7월 여름쯤이고 지금은 안되면 뭐 말지.. 이런 생각이다. 그건 내가 실제로 좀 더 해탈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X교수쪽과 하는 게 그 안에 드래프트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쿼트 치고 왔고. 근데 식단을 조절하다 보니까 확실히 무게가 줄었다는 걸 느꼈다. 현재로선 데드 90kg, 스쿼트 80kg 정도를 맥시멈으로 치고 있는 것 같다.
내일 오전에는 X교수팀과 미팅이 있고 그래서 elementary한 결과들을 돌려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대충 다 나왔고 - 마지막 한두개만 체크하면 집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두 개 돌아가는데 넉넉잡아 한시간 반쯤 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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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얼의 ‘기억의 빈자리’라는 곡을 정말 좋아하는데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헤어지고 정말 많이 들었다. 곡의 먹먹한 질감과 가사에 무척 공감이 갔고.. 지금은 그런 상처들이 남아있진 않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곡이다. 그 때의 그런 느낌들이 사라졌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무척 쓸쓸하기도 하다. 그러니까 깊은 상처같은 걸 만약에 당할 일이 생긴다면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어떻게든 ‘낫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러나 어떤 종류의 상처들은 ‘낫는다’는 일을 가능하게 하지 않는다. 흉터가 남거나 남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종류의 경험들은 사람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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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코드 돌아가는 동안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참 좋았겠다, 그러나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거나 하진 않다 - 사실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아님’을 아쉬워할 나이는 지나기도 했다. 근데 여튼 요새 읽어두려고 쟁여둔 건 kolmogorov complexity라는 주제와 관련된 테마다. 나는 여전히 계산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의 복잡도를 바라보는 관점에 큰 관심이 있고 근데 kolmogorov complexity라는 단어는 뭔가 randomness의 관점에서 그 주제를 바라본 것 같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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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재수할 때 꿈을 꿨던 것 같다. 정확히는 꿈에서 나는 재수가 지나고 난 직후의 나였다. 근데 꿈인만큼 나는 그 때의 그리고 그 후의 내 모습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시절만큼의 행복이 이후에는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슬픈 꿈이었던 것 같다. 그냥 2012년 겨울 즈음의 질감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재수학원이나 목동이 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고 대학에 가서는, 물론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그러나 그 정도 범위로 세상이 넓어지는 건 나라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내가 미국까지 왔다는 게 사실은 무척 우스운 일이기도 하고. 가끔씩은 강북종로 특3반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과 그 순간들이 그립다. 아침 여섯시에 학원을 와서 집에 열시에 돌아갔다. 그러니까 우리에겐 그 교실이 전부였다. 그 때도 난 어렴풋하게 이 시절을 언젠가 무척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다, 생각했던 것 같아 사진도 찍고 그랬다. 웃긴 건 그 사진들을 잃어버렸다는 점에 있고. 교실이 세상의 전부였던 우리라서 무척 즐겁게 보냈고.. 그래서 가끔 그 친구들로부터 직접 아니면 멀리서라도 결혼 소식이 들리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그런다. 나는 여기서 멈춰버렸지만 너네는 저 멀리 가버렸구나, 그러나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들을 나는 무척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고 너희도 가끔은 기억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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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를 보았다. 굉장히 뜬금없게도 네가 무척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네가 못났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은 아닌데 근데 그 순간의 네가 너무 예뻤고 나는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흘려보내려고 했지만 아침에 나도 모르게 네게 연락을 하고 말았고 그러나 뭔가 약속을 잡지는 않았다. 혹은 잡지는 못했다. 약속을 잡으려던 건 아니었고 그냥 연락을 하고 싶었고 만나려는 핑계를 만들어두고 싶었다.
나는 고장난 사람이라 위에서 말한 종류의 순간들은 순식간에 애착이 되어 나를 잡아먹어버린다. 네가 내게서 얼른 도망쳐버렸으면 좋겠다, 얼른 다시 혼자 남아서 그 순간을 한참을 곱씹다가 그러다 나조차 잊어버릴 수 있게..
그러나 어떤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며 웃는데 그게 무척 예쁘다는 생각을 상당히 오랜만에 했던 것 같다. 네가 웃던 장면의 순간과 공기같은 것들을 나는 아마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