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 됐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늦여름이 오래가다가 오늘 갑자기 쌀쌀해졌다.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찌르면 가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쉽게도 여기 낙엽들은 늦여름에 져버려서 이미 많은 나무들이 듬성듬성하다.
-
증명해야하는 부분에서 martingale clt를 쓰고 있는데 martingale이라는 도구가 무척 신비롭다고 느낀다. 거꾸로 말하자면 아직 내게 이 도구에 대한 적절한 직관(을 가능하게 하는 이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CLT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 classically i.i.d.였던 것 중 independence에 대한 가정을 약화시키는 게 MG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떤 점에서 이게 그걸 얼마나 약화시키길래 대부분의 예쁜 결과들이 보존되는건지 아직 그걸 모르겠다. 정의만 들여다보자면 MG는 이전의 정보량이 주어지면 다음번에 ‘더해지는’(MG difference) 양이 확률의 입장에서는 0이라는 건데.. 혹은 배팅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투자가 MG라는 건 결과적으로, 이전에 대한 정보가 주어져있다면, 기대되는 손해(혹은 이득)이 0이라는거다. 이런 장치가 CLT의 측면에서 얼마나 independence에서 가능했던 부분들을 보존해주는건지 아직 잘 와닿진 않음.. 그러나 막혔던 부분에서 이걸 쓰면 풀릴 것 같아서 열심히 작업중이다. 대신 이제 random matrix norm에 대한 convergence를 보여야하는데 처음 다루는 대상이라 헤메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장치가 굉장히 ‘통계학적’이라고 느낀다. 그러니까 이 장치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수학과스럽다기보다 통계학과스럽다. 어떤 느낌에서 그렇냐면 - (내가 쓰는 해석학에서의) 장치들은 어딘가 비장함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뭔가 확실한 bound를 줘서 주어진 문제를 극복하려는 느낌. 그러나 이 장치는 뭔가 clever한 감각이 느껴진다. 주어진 문제를, 문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우회해버려서 어느새 지나쳐버리는 그런 느낌. 여기에서의 문제라면 아마 ‘independence’하지 않다는 부분인데 이거를 conditional한 정보를 이용해서 우회하는 감각이 그렇다고 느꼈고 특히 쓰는 사람에게도 이게 왜 되는건지 선뜻 이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고 느꼈다..
이 도구를 뭔가 자세히 공부하고 싶다. 단순히 지적인 호기심 뿐 아니라 여기에서 가능한 종류의 coupling이 지금 내가 마주한 다른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 즉 martingale type coupling이라면 주어진 RV sequence의 marginal한 정보 뿐 아니라 뭔가 sequential한 정보도 어느정도 보존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근데 일단 주어진 문제부터 풀고 봐야지 이것도….
-
디버깅을 하고 있는데 주어진 디버깅을 했더니 이번엔 real data에 직접 때려박아보니까 또 다른 에러가 발생해서 멘붕함. 안되면 미팅 미루면 되..겠지만 근데 나도 졸업은 해야되니깐..
날 괴롭게 했던 에러는 뭐였냐고? 그냥 bracket 하나 잘못쳐서 발생한 거였다 허탈.. 이번 에러도 그랬으면 좋겠다…. 일단 왜 발생하는지도 모르겠어서 계속 partially 돌려보는 중인데 대충 오늘 왜 삑나는지 이유라도 알고 퇴근하는 게 목표다..
-
일주일만에 운동다녀왔다. 바빴다기보다는 주말에 컨디션이 안좋아서 좀 쉬었다. 갈까말까 고민했는데 오랜만에 가니 무척 좋았다. ‘운동해서 겨우겨우 버틴다’는 감각.. 오늘 맥시멈은 스쿼트 80kg x 2.
-
며칠동안 악몽이 너무 심했다. 잠을 거의 못잤을 정도로.. 왜인가 싶었더니 우울증 약을 내가 안먹고 있다는 걸 깨달음. 어느새 약이 다 돼서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안먹고 있었는데 악몽도 심해지고 상태도 안좋아져서 얼른 예약 잡았다. 약을 먹는다는 거에 내가 거부감이 있다거나 뭐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러니까 언젠간 꼭 끊어야지! 이런 맘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님. 근데 이런 순간들을 겪고 나면 ‘내가 약이 없으면 당장 한달도 못버틸 사람이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되고 그러면 좀 기분이 묘해진다..
-
가을에 한국갈 거 같다. 빨리 갈려면 당장 이번달 말에도 갈 수 있는데 조교일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진 돕다가 올려고 한다. 허락해준 교수한테 고맙기도 하고.. 그리고 뭔가 한국오기전에 낼 수 있는 결과들은 낼 수 있다면 좋겠지. 그래서 아마 11월초쯤 가서 1월 초중순쯤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