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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개인적인

아래의 글은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며 따라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어쩌다 들르신 분들이라도 웬만하면 읽지 않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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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버렸다. 그래서 일요일은 그냥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빠르면 07-08년쯤 아니면 늦어도 작년쯤 죽어버렸어야했는데 그러질 못하고 우물쭈물해버린 내 탓이 너무 크다고 느꼈다. 자꾸 겪지 않아도 될 수치스러운 일들을 겪는 느낌이 너무 크게 들었고 - 스스로를 속이는 일을 자꾸만 반복하는 일이 너무 지겨워져버렸다. 차라리 작년에 죽었으면 나았을걸 상황이 악화되기만 했다는 감각. 살도 너무 붙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너무 망가져버렸다고 느꼈다.

나는 하루를 그냥 통쨰로 잤다. 자기파괴의 쾌감을 느끼며 하루를 보냈다. 쉬면서 느낀 건 - 나는 내 스스로의 지친 정도를 아예 감각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실제로 이번엔 몸도 마음도 아예 무너지기 직전까지 갔다고 느낀다. 근데 멈추지 않으면 수치스러운 일들에 잡아먹혀버리니 멈추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게 지겨워서 다 관둬버리고 싶었다..

저녁에는 런닝을 뛰었다. 컨디션적으로는 요 몇달간 가장 만족스러운 런닝이었는데 - 당연하지, 한 이틀을 쉬고 뛴거니깐 - 근데 다녀오니까 생전 처음 겪는 알러지에 고생하고 있다. 갑자기 재채기하고 열이 나서 아침에 마트 들려서 알러지 약 하나 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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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패턴이 올 때면 분노하는 감각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내가 이제 다 지겹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이런 사이클까지 전부 다 지겹다는 걸 뜻한다-. 주변사람들이 전부 다 싫어지고 그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는 나까지 지겨워 미쳐버리겠는 그런 사이클. 주변 대학원생들은 보통 무척 이기적이면서 음침하고(솔직히 존나 찌질하다) 학부생들은 보통 멍청하거나 이젠 나하고 놀 군번들이 아니다. 그나마 마음 맞았던 몇 명도 다 내가 떠나가버렸거나 졸업해버렸다. 내가 요새 느끼는 건 - 뭔가 내가 바라는만큼의 치열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상을 도대체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그 정도의 치열함이 있다면 나처럼 정신병을 겪고 무너져버렸겠지만, 그리고 사람들이 다 내 맘같을 수 없다는 것도 알 나이지만 근데 가끔씩 짜증이 솟구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치열하다는 건 예를 들어 무엇을 뜻하나? 다루고 있는 대상의 본질을 끝까지 직관해보려는 자세. 적어도 그런 본질에 대한 직관을 존중할 줄 아는 자세..

예를 들어 머신러닝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썰을 푸는 것도 머신러닝 논문을 읽는 것도 요새는 좀 지겹다. 이론적으로 한심한 수준의 탑 컨퍼 논문들을 너무 많이 봤다. 지멋대로, 가장 작업하기 편한 셋팅에서 논문을 시작하고 결론을 CoT는 임의의 polynomial 시간 안에 튜링 계산가능한 함수까지 적절하게 계산가능하다라는 결론을 내는데 근데 후자에 대한 증명은 논문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바라는, 응용 수학으로서의 머신러닝을 대하는 사람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내가 그 사람들 알아듣기 쉽게 잘 정리해서 떠먹여줄 순 있겠지만 그러나 그런 것도 어느 순간이 되면 지겨워지는 법이다..

조교하는 과목이 학부 4학년 과목이라 학부 고학년들 뿐 아니라 석사 학생들도 듣는다. 알고 지내는 석사 학생 몇 명이 오피스아워에 찾아왔는데 질문 수준이 짜증나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석사 1년 보내서 적어도 R을 1년은 제대로 썼어야하는 애가 glmnet함수의 output이 왜 list의 꼴로 나오는지 물어보면 내가 도대체 뭔 말을 해줘야됨..?

그리고 나는 보통 이게 세상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걸 안다. 내가 너무 정신적으로 몰려 있어서 이런 것들에 하나씩 짜증을 내고 있는거지. 그러나 적당히 일하는 건 내 세상엔 없었다. 적당히 행복하게 즐기면서 살아가려다가는 너무 수치스러운 일들을 겪게 되었고 나는 그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아마 이번에도 어쩌다 살아남는다면 다시 주변 한바퀴를 쭉 정리할 듯 하다. 스터디도 대충 정리해야겠고 가끔 나가는 학부생 모임부터 주위 관계까지 그냥 이것저것 다 솎아내야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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