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rty days and i miss you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글빨’이 잘 안선다.. 문장들이 무척 못생겼다는 걸 실감하며 꾸역꾸역 적는 중.

  • 비행 후기

금요일 샌프란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왔다. 샴페인에서 시카고까지는 버스를 타고 갔고 시카고에서 샌프란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갔다. 환승시간이 한시간이었는데 원래 비행기가 연착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다행히 공항에 빨리 도착해서 이전 타임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을 감. 짐은 나중에 오려나 싶었는데 짐도 다행히 같이 왔다. 6시 10분 출발 비행기인데 5시 55분에 탑승함. 근데 짐도 같이 실린 게 무척 신기하다.. 비행은, 오히려 샌프란가는 4시간까지 비행이 너무 힘들었고 한국오는 12시간짜리는 그냥그냥 견딜만했다. 그래도 비행은 언제나 쉽지는 않다..

  • 귀국 후기

나는 어느새 5년차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떠나온지 4년이 훌쩍 지났다는 말.. 그러다보니 한국에를 와도 감흥이 엄청나지가 않다. 처음 1년차, 2년차 방학 때 한국을 오면 한국이 너무 좋고 또 ‘내가 있어야할 곳에 있다는 느낌’이 너무 반갑고 좋았던 기억이 있고,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다시 출국하기가 힘들었던 마음들이 있다. 지금도 다시 출국하라면 싫긴 싫겠지만.. 그러나 이제는 여기든 미국이든 그냥 오고가는 게 별 생각이 없다. 내가 있어야할 곳이라는 게 세상에 원래 있기는 했나 이런 생각이 들고 애착이라는 게 병이라는 마음만 깊어지고..

그러나 한국에 온 큰 이유 중 하나라면 가족을 만나는 거였다. 가족과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이렇게 한국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이번이 거의 마지막일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겪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가라는 주제와 별개로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라는 게 가끔 경탄스럽고 또 기적이라고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다. 애착은 인간의 고질병이다. 그러나 애착이 가능한 찰나의 기적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조차 집착의 일부분이겠지만 그러나..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몇 개의 만남들

한국에 나오기 전에는 갑자기 약속이 많아졌다. 밥을 언젠가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는 여성분들이 계셨는데 어쩌다보니 귀국 직전 일주일에 몰아서 만나게 되었음..

어느 주말에는 S라는 분을 만나서 식사를 했고 산책을 했다. 사실 학기초에 다같이 보게 된 분인데 그 때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언젠가 만나야지 만나야지 하다가,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학부생임) 내가 연락을 하진 않았고 그러다가 몇 번 연락이 왔다갔다 하다가 이제서야 날을 잡게 됐었다. 분위기가 무척 좋았고 그게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틀 뒤에 또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그 날 만나면 반쯤 고백을 하려고 했다. 그니까 나는 당신과 만나는 순간이 꽤 좋았으며 그래서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가 정식으로 접근(?) 하겠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음..

근데 이틀 뒤에 내가 마침 아팠고 그래서 직전에 약속을 파토냈다. 변명을 하자면 그 날부터 3일 연속 교수님 미팅이 있어서 스트레스가 폭발 직전이었고.. 여튼 약속을 파토내니 그 쪽에서 약간 삐진(?) 게 느껴졌고 그런 감정의 전달을 느끼니 내 흥도 조금 깨졌다. 그러니까 연애를 하거나 혹은 진지하게 알아가다보면 이런 감정의 연쇄 혹은 기복을 다시 겪어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뭐랄까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엔 Y라는 다른 분과 식사할 일이 있었다. 알게 된 건 작년부턴데 둘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음. 이번 학기에 몇 번 마주칠 일이 있었고 또 몇 번 연락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커피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막상 당일이 오니 커피 먹기는 애매해서 식사를 하게 됐다. 분위기는 또 무척 좋았으며.. 날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이 되게 반짝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날 별얘기를 다하다가, 내 기분에 취해서 위에 S에게 하려던 이야기를 얘한테 했다.. 급발진을 한거지. 근데 뭔가 잘되는 분위기가 되었고 연락도 계속 주고받게 되었고.. 근데 또 그 상황이 내게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막상 연락을 계속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실과 내가 실망시키지 않아야할 누군가가 내 인생의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그래서 귀국하기 전날 불러서, 사실 내가 연애할 상황이 아닌 거 같다, 지금 내가 누굴 만날 수 있을만한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니 다른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몇 번 붙잡았는데 그 순간들에 나도 크게 흔들리기도 했고 그 마음이 무척 고맙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거절해주는 게 나는 모두를 위해 특히 기다리는 입장을 위해 낫다고 생각을 했다..

그 과정들에서 뭔가 여러 잡상들이 들었는데 걔네들을 지금 적기엔 글빨이 정말 심각하게 안나온다.. 일단 순간들을 기록하고 감상들은 나중에 남기는 것으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