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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은 처음부터 없었네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은 너 하나였는데

  • 연구 세팅

작년까지는 한국에 와서도 밖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유지했다. 카페를 주로 다녔고 작년에는 중대에 연구실을 하나 얻어썼고(근데 결과적으론 모니터도 없고 거리도 꽤 멀어서 생각만큼 자주 가진 않았음).. 근데 올해는 그냥 집에 책상과 모니터를 구해서 일을 하고 있다. 밖에서 공부하는 게 일단 ‘밖으로 나간다는 거 자체’에 있어서 집중력을 준다는 점이 당연히 낫겠지만 그러나 밖에서 기가 빨려 2-3시간 이후로는 공부를 못한다는 점이 치명적인 게 있다면 집에서는 어쨌든 밖에서 쏟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만큼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는 요즘이다. 한국에 온 것과 별개로 막바지에 다다른 프로젝트 하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끝이 보이는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리고 내 스스로 염두에 두고 있는 프로젝트 하나와 정외과 교수와 함꼐하게 된 거 하나, 얘네까지 settle 시키고 싶다..

  • 방법론에 대한 코멘트

사회과학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방법론과 연구 주제라든지 내용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는 그 구분에 대해 회의적인데.. 물론 개인의 동기부여의 측면에 있어서의 관심이 가는 주제라든지 테마라든지 그런 것들은 충분히 의미가 있겠지만 그러나 논문이나 구체적인 연구 결과로 이어질 부분에 있어서는 방법론과 주제의 구분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연구자에게 방법론이란, 내가 느끼기에 ‘연구자 개인의 논리적인 시야’를 결정해주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위 문장에서 나는 이 시야와 구분될 수 있는 의미있는 창의성이라든지 입장이라는 건 딱히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것과 다름없게 되는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충분히 성숙한 연구자라면 어떤 문제를 떠올릴 때 그것을 적절하게 뒷받침해줄만한 방법론도 함께 떠올리게 마련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 부분을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문학 비평에 있어서 형식과 내용의 구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예를 들어 루카치가 ‘영혼과 형식’에서 무척 비장하게 주장했던 부분같은 것들.. 한편으로, 이런 점에서 내 입장은, 어쨌든 정량적인 방법론을 선택한 연구자라면 수학이라는 틀 이외로 설명될 수 없는 (연구적) 창의성은 없다는 주장과 같다. 인간이라는 모델의 모든 부분이 수학이라는 체계화로 설명되느냐?라는 질문과는 다를 것인 게 나는 그러나 형식화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인간이라는 모델의 구성적 측면에서 무척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있다. 어쨌든 그러나 사회과학 연구의 측면에 있어서 인간이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아이디어, 비판적 측면들은 보통 방법론(이라거나 수학적 체계화)의 측면들로 해명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점에 있어서 둘의 구분을 진지하게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예를 들어 ‘얼른 방법론을 해치워버리고 주제에 집중하고 싶다’라고 주장하는 대학원생들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것만 같다는.. 무척 강한 주장을 나 혼자 떠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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