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이상해
꺼낸 말을 숨기고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 근황
지난주에는 아파서 혼났다. 진짜 아팠다. 감기 기운이 너무 심해서 화-목요일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몸이 약한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긴 한데 그러나 뭔가 오래 살 팔자는 못되겠다는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 연구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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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교수가 쓰는 논문에 내가 끼게 되었고 이론쪽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느꼈는데 그러나 지난주쯤 내가 한 일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슬럼프가 왔었다. 오늘 그래도 다행히 뭔가 FWER의 의미에서 말이 되는 정식화를 하나 해낸 것 같다.. 근데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화요일 미팅 전까지 계속 체크를 해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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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교수와 다같이 하는 연구에서는 드디어 시뮬레이션을 서버에 돌릴 수 있게 되었고 결과들도 갖게 되었다.. 아직 해석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이리저리 플롯들을 그려보고 있다. 내 매우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이 작업을 마무리하고 올해 안까지 이 논문에 대한 드래프트를 -드디어- 완성해서 아카이브에 내는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올 연말에 대한 최고의 선물이 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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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교수와 하는 미팅에서는 교수님이 제안한 더 간단한 방법이 처음엔 말이 안되어 보여서 좀 짜증이 나있었는데 -이 정도 아이디어를 몇 주만에 생각해주실만큼 제대로 봐주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러나 다시 보니까 어쨌든 더 간단한 방향이 되는 건 맞아보였고 그래서 얼추절추 증명 아웃라인은 짰다. 이 미팅은 (미국 기준) 추수감사절 다음주가 될 예정이라 시간이 좀 떠서, 일단 위 두 미팅부터 열심히 해보고 그 다음에 제대로 characteriz할 예정. 스스로를 위한 변명을 해보자면 - 증명 구조상의 complexity에 있어서는 결국 교수님이 떠올린 거나 내가 떠올린 거나 큰 차이가 없긴 하다..
(별개로 ‘증명 구조 상의 complexity’라는 말이 재미있네. 내가 느끼기로 ML 주요 학회에서의 이론 페이퍼들은 일단 프레임을 짜놓고 거기에 수학 용어들을 맞춰서 정리와 증명을 내놓는 쿠세가 있는데 뭔가 수년 사이에 ‘수학을 하는 AI’가 대두된다면 거기에 맞춰 퍼포먼스를 평가할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네이밍이다..)
- 몇 가지
C 교수님과 하던 작업을 더 이야기하자면 - 나는 교수님이 내 작업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그래서 인간적으로 밉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런 순간들엔 무척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니까 내가 몇 주 걸쳐 고민한 노트들을 교수님이 제대로 읽어주지 않음이 느껴지는 코멘트들이나 피드백을 받는 순간같은 것들.. 지금은 외롭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뭔가 한번 더, 내 실력에 있어서 quantum jump같은 게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아예 제대로된 결과를 들고가서 컨펌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작업을 해가는 게 연구자로서의 나에게나 혹은 생활인으로서(먹고 살아야하는) 나에게나 무척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
한편으로 이번 학기는 어쩌다보니 조교일을 하면서 점수를 좀 짜게 줬다. 그러려고 하던 건 아닌데 일단 채점을 내가 직접 안해도 됐었고 밑에 학부 과목 조교들을 시킬 수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첫 채점을 얘네가 대충한 걸 보고 내가 짜증나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다보니까 결과적으로는.. 대충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결과적으론 매우 짠 grading이 된 것 같다. 그래서 학생들로부터 이리저리 메일도 많이 받는 요즘인데.. 근데 이 과목 교수님께 관련해서 몇 번 질문을 해보면 ‘그냥 대충 잘 줘~’ 식의 태도가 느껴질 때, 이런 순간들에 또 무척 외로워지곤 한다. 어쨌든 애들한테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줘야 애들이 통계를 더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내 대원칙이라면 대원칙인데 -의미부여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런 부분에서 뭔가 나만 애쓰고 있는 것 같을 때 힘이 빠지고 그런 것 같다.
적고 나니 결국엔 사태에 의미부여를 하는 나의 습관 혹은 인간이라는 종의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공수래공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