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게 없는데 결과만 달라지길 원하는 게
정신병의 증거 중 하나다. 왜 아무것도 달라지질 않았고 결국 버림받을 것이 무척 뻔한데 먼저 떠나지를 못하나?
나는 요새 너무 서둘러서 도망쳐버린다. 어쩌면 일어서 도망쳐버리지 않아도 될 인연들이 몇 명 섞여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자리를 오래도록, 정말 오래도록 지키는 일보다는 그게 훨씬 낫다고 느낀다. 그건 정말로, 정말로 슬픈 일이었고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한달정도 약을 먹지 않았다. 이러다 어디선가 굴러먹다가 결국은 사라지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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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교수와의 미팅이 잠시 후에 있다. 이번주는 L, X(및 J), 그리고 C교수와 세번의 미팅이 있었다. 미팅이 끝나면 미팅 후기 + 수프얀 앨범에 대한 (또 하나의!) 감상을 남기는 걸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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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 욕심냈던 건 C/L 교수님과 하는 연구였다. 근데 어느 순간 너무 안풀렸고 기존에 했던 증명을 일년쨰 자기부정하고 고치고 또 자기부정하고 고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자신도 없어졌고 확신도 없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L교수를 만났는데 ‘이게 왜 아직까지 안되어있죠?’ 이런 반응이라 부끄럽기도 했고 화나기도 했다 - 진짜 존나 삽질했는데.. 그런 거와 관련없이 결과로 보여줘야하는 게 대학원생이고 또 연구자의 자질이라면 아직 나는 부족한건가.. 근데 저런 말씀을 하실 정도로 내가 노력을 안하진 않았는데.. 근데 사실 프로라면 결과로 딱 이야기하는 게 낫다.
방금 마친 C교수님과의 미팅에서는 교수님이 제안하신 부분이 가능하지 않으며 내가 한 대로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한시간 반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교수님도 수긍하셨고.. 이 부분에 대한 건 다음번 미팅에 아예 결착을 지으려는 마음이 있다.
문제가 되는 건 dependency condition들이 들어올 대 실제로 어떻게 조건을 약화시키냐 하는 부분들. 이게 내가 생각보다 증명을 너무 개판으로 해놨던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갈아엎고 있고 근데 특히, 그러다가 아예 뭔가 틀린 증명을 발견해버려서.. 지금 크게 3-4개 정도를 다 손봐야하고 수정해야한다. 약간 exhausted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신을 잘 차리고 싶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
X 교수님과 하는 연구는 오히려 요새 분위기가 매우 좋다. 데이터들이 나오고 대충 프로젝트 윤곽이 나오니까 X교수도 이거 결과가 괜찮다고, 자기가 냈던 Biometrika논문에서 해명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해명되고 있다고 말씀을 해주심.. 11월 내내 코딩으로 삽질을 했던 게 이 프로젝트인데 나름 재미가 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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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을 하고 나니 수프얀 이야기는 할 기분이 아니다. 후련한 기분이 무척 강하게 들어서 뭐랄까 슬픈 이야기를 제대로 털어놓을 기분이 나질 않는다(이거 표현이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