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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신 주의 심판

우리 아버지는 요즘 새벽에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주님이 나를 미워하신다는 걸 아직 잘 모르신다. 그러니까 내가 주님의 주목을 끌게 되면 주님은 내게 심판을 내리실테다. 내게 벌을 내리실테다. 주님께선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다는 걸 한참 전부터 알았고 얼마전에야 명료하게 인지했다. 내가 바라는 건 마리아님의 자비뿐이다. 지옥 가장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사람도 불쌍하게 여기시는 분이 있다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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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늦어도 2015년쯤엔 죽었어야했어, 라고 네가 속삭인다. 그렇네. 오래 살아있었던 탓에 못볼 꼴들을 너무 많이 봐왔네. 내가 바라는 것들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사실 몇년전부터는 특별하게 바라는 일도 없었는데 왜 아프고 슬픈 일들과 그 질감은 그대로인걸까. 나는 네게 물었고 너는 자꾸 같은 말들을 반복했다. 오빠는 늦어도 2015년쯤엔 죽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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