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세게 움직이는 내 rhyme이 모두의 병을 도려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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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이 언제인지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건, ‘힘든 순간들이 지나갔다’고 생각한 즈음에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찾아올까 두려운 마음때문일 것이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어쨌든, 가장 힘들었던 순간 마침 이센스의 ebs 공감 다큐가 나와서 (내 얘긴 ebs엔 못 나오지라는 노래를 낸 가수가 1시간짜리 다큐로 ebs에 나오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그 덕에 최소 몇 시간, 어쩌면 며칠을 버텼던 것 같다.
10년전 8월에 나온 앨범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 때 훈련소에 있었다. 그 전 나는 5월 즈음 군대와 관련된 내 인생에 손에 꼽을 (정신적) 저점 중 하나를 겪고 있었고 그 때 마침 이센스의 비행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가수는 이미 마약 이슈로 감옥에 간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한국 힙합 최대 명반 중 하나로 대부분 꼽히는 에넥도트가 아직 소문만 무성하고 나오기 전이었으니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망했다고 생각하고 어쩌면 재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 그 전 해 컨트롤 디스전때 개코가 말했듯 ‘독’이 너의 커리어 하이가 되어버리진 않을까 그런 분위기였던걸로 기억하고.. 어쨌든 그런 중에 나온 비행이라는 곡은 무척 가슴이 아팠고 나와 비슷한 힘듬을 공유하는 것 같아 더 마음이 가고 그랬다. 그리고 훈련소 외출 나와서 나는 에넥도트를 들었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힙합이라는 장르 최대의 명반이 되었고..
다큐에는 센스가 ‘에넥도트’라는 트랙을 노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노래는 그냥 안 불러요, 가족들도 한번밖에 들었어요. 화자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는 이야기를 담은 곡이고 나는 그 노래를 훈련소 외출을 나온 근처 펜션에서 한참을 반복해서 들었다. 난 아들, 엄마의 아들 / 난 아들, 아빠의 아들이라는 후렴이 자꾸만 반복되는 지점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센스가 되새겼던 것들은 어쩌면 인간 존재 각자가 공유하는 가장 깊은 지점의 고유성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들이며 딸이라는 사실.
본 이베어는 죽을만큼 힘들 것 같은 이별을 겪고 위스콘신 시골 어느 눈 내리는 시골집에 들어가 본인의 첫 앨범을 만들었다. 첫 앨범의 첫 트랙인 flume의 가사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i am my mother’s only one, that’s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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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미국 대사관에 가서 일들을 좀 처리해야 한다. 뭔가 임시로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가 있다면 미국으로 최대한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건 몇 가지 이유에서 그러한데 - 만약에 죽는다고 해도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죽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기도 했고 뭔가.. 차라리 얼른 여기를 떠나야 뭔가 일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내일 대사관 가서 이런 것들을 잊지 않고 물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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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과제 답지를 만들고 그리고 내 연구를 좀 하려고 했는데 과제가 생각보다 안 풀려서 시간을 엄청 뺏겼다. 뭔가 하나 막힌 부분이 있는데 그러나 기분 나쁘게 막힌 건 아니고.. 애들 모범답안 보면 되긴 하는데 그래도 내 힘으로 풀고 싶은 마음이 있다. neural tangent kernel에 관련된 예제인데 문제를 참 잘 만들었다 싶다. 뭔가 kernel tricks들을 사용한 regression으로부터 자연스럽게 neural network까지 연결되는 흐름을 제시한달까.. 교수님이 문제를 만들었다면 참 잘 만들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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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전부터 나는 나를 죽일 사람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있는 게 애매하게 행복했고 대부분 불안하고 불행했으므로 차라리 누군가의 이름 아래서 죽기를 원했다. 23년엔 어떤 친구를 깊이 좋아했고 실제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날짜를 구체적으로 잡아두었는데 그 사실이 무서웠던건지 슬펐던건지 -그러니까 내 자신에 대한 자기연민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병원에 달려갔더니 거기선 내 숨을 어떻게든 붙여주었고.. 근데 그러다보니 또 연구가 재미있어졌고 그러다보니 어영부영 1년 정도를 또 살았다.
이번에 만난 사람과 서로 맘에 들어 연락을 주고 받을 때부터 나는 막연하게 이 사람이 날 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무섭다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는 그 때도 했다. 오늘은 문득, 이번에도 나는 어쩌면 죽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에 나는 무척 구체적인 자살 방법까지도 떠올리고 거의 실행 직전까지 갔으나 그 생각 자체가 무섭고 또 슬퍼서, 그러니까 자기연민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궁색하게 살아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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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가 뭔가 이상하게 안풀린다 이것만 풀고 내 연구 좀 하려고 했는데.. 내가 나를 죽일 다음 사람을 찾으러 가야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죽은 채로 살아야할지 그걸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제를 풀었다.